[이화경의 성교육] "I said No"

이화경 칼럼니스트 승인 2020.07.17 23:55 의견 0
△ 미 공군 성범죄  예방 및 대응프로그램 자료 중 한 장면 / 사진= Kyle Gese


성추행을 비롯한 성범죄의 문제에서 범죄의 성립 여부를 알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판별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가해와 피해의 이해당사자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는 법원은 어떤 식으로든 합리적인 결론을 낸다. 

최근에 한국에서 공직자의 성추행 문제가 빈발하고 있는 가운데 한 정치인이 가해 혐의를 받고 있는 남성 정치인을 옹호하기 위해 이런 말을 했다.  

『남성은 자신의 행위가 여성에 대한 호감인지 추행인지 스스로 판별할 수 없다. 상대방 여성이 추행이라고 알리지 않는 한 호감으로 오인할 수 있는 동물이 남성이다.』

피해 여성에게 2차 가해가 되는 말이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순수하게 논리적으로 따져보자.

그 정치인의 주장은 진화심리학적 발상에서 나온 말 같다. 진화심리학은 인간과 동물의 심리를 진화의 과정에서 이해한다. 주로 성과 생식을 많이 다룬다.  생식은 진화의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진화심리학에 대해서는 페미니즘 계열에서 사이비 과학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아무튼 진화심리학이 타당하냐는 논의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 정치인의 발언이 타당하냐를 따져볼 뿐인데, 그 정치인의 주장은 진화심리학과도 거리가 있다. 

일부 진화심리학자들은 남성은 자신에 대한 여성의 행위가 자신에 대한 호감(추파)인지 아니면 그냥 의미 없이 의례적으로 하는 행동인지 판별을 잘 못한다고 본다.

이 때 여성의 행위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거의 대부분의 남성은 여성이 자신에게 보내는 웃음이나 사소한 몸짓을 자신에 대한 호의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여성의 행동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남성이 자신에 대한 호감, 추파로 해석하게 되는 이유는 그것이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는 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즉 처음부터 여성이 자신에게 보여준 행동이 별 의미 없이 아무 관심이 없이 한 행동이라고 판단해서 남성이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쪽과 여성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호의를 보낸 행동이라고 파악하고 여성에게 접근을 하는 쪽 중에서 후자가 확률적으로 남성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릴 확률이 더 높다. 그래서 남성은 여성의 진의를 파악하는 능력이 진화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남성은 자신의 행위가 여성에 대한 호감인지 추행인지 스스로 판별할 수 없다.』고 말한 정치인은 이러한 진화심리학자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얼핏 듣고서 말한 것 같다. 

그러나 그 진화심리학적 주장은 '여성의 행동을 해석하는 남성'의 이야기다.  여자가 남성에게 어떤 행위를 할 때, 어떤 표정을 지을 때  그 행위나 표정의 진의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능력이 남성은 진화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금 사안은 '남성의 자신의 행동을 해석하는 남성 자신'의 이야기다. 여성의 남성에 대한 행동을 남성이 해석못할 수는 있다. 그러나 남성 자신의 여성에 대한 행동, 그 의도를 남성 본인이 해석 못한다?  게다가 상대 여성은 거부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히기까지 했다.

자신이 하는 행동의 의미를 자기가 파악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넌센스다. 갓난아기, 아니면 심신미약자나 심신장애자, 즉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 없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하는 하는 행동의 의미를 모를 수가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잠정적으로 정의한 표현이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법은 이때 그 특수한 사정에 피해자를 보통의 상식적인 일반인으로 가정해서 피해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나타난 가해자의 행동을 해석한다. 그리고 추행이다 아니다를 결론짓는다. 

참고로, 진화심리학에서 말하는 인간심리는 자연주의적인 측면이 강하다. 현실의 규범에서는 이러한 진화심리학적, 자연주의적 발상을 용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진화심리학적으로 남성은 인간 종의 진화를 위해 연애든 강간인든 불문하고 자신의 핏줄을 더 많이 퍼뜨리려는 심리가 있다고 해서 그걸 사회가 용납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 

결론적으로, 당사자의 행위가 호감인지 추행인지 남들도 객관적으로 다 해석할 수 있는데, 심지어 상대방이 아니라고, 하지말라고 지속적으로 말하기까지 했는데도 행위를 한 당사자 본인이 자신의 행위의 의미를 모른다는 것은 망언이다.   

제발 아니라고 말했으면, 싫다고 말했으면 NO라고 말했으면 그대로 받아들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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